교보문고, AI 학습 의심 '10만 권' 대량 도서 주문 거래 전면 중단
국내 최대 서점 교보문고가 해외 업체들로부터 접수된 한국어 도서 10만 종 대량 구매 문의를 전면 중단했습니다. AI 학습 데이터 수집 의혹과 출판 생태계 피해 우려에 따른 선제적 조치입니다.
2026년 10월 14일,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에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목적으로 강하게 의심되는 한국어 도서 대량 주문 문의가 접수되었으나, 최종 납품처 불명 및 출판 생태계 피해 우려로 인해 교보문고 측이 관련 거래 논의를 전면 중단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중앙일보 / 뉴스1
이번 대량 구매 시도는 올해 초부터 본격화되었으며, 미국과 영국 등에 소재한 약 10개 해외 업체가 특정 도서나 학술 분야의 구분 없이 약 10만 종에 달하는 방대한 한국어 도서를 '1종당 1권씩' 구매하겠다고 교보문고에 문의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중고 서점과 헌책 유통망을 훑던 AI 학습용 데이터 수집 시도가 대형 서점의 신간 도매 유통망까지 확장된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10만 종 '1종당 1권' 주문 패턴과 최종 납품처 비공개 논란
교보문고에 접수된 해외 업체들의 주문 문의는 통상적인 도서 유통 및 도매 거래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주문 문의를 보낸 곳들은 미국과 영국 등지에 등록된 약 10개 해외 소재 법인으로, 특정 베스트셀러나 전문 학술 서적을 가리지 않고 특정 도서나 분야 구분 없이 국내 출간 도서 약 10만 종을 '종당 단 1권'씩 구매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도서 유통업계에서는 이처럼 분야를 불문하고 방대한 분량의 도서를 단 1권씩 쓸어 담는 구매 형태를 대규모 언어 모델(LLM) 사전 학습을 위한 디지털 스캔 및 광학문자인식(OCR) 텍스트 데이터베이스 구축 목적의 전형적인 수집 패턴으로 보고 있습니다.
- 최종 구매자 은폐: 거래를 타진한 해외 구매 대행 업체들은 최종 납품처를 묻는 교보문고 측에 비밀유지 조항(NDA)을 이유로 구체적인 실수요 기업 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았으며, 일부 업체는 단지 '데이터 관련 기업'이라는 모호한 답변만을 남겼습니다.
- 확인된 한계점: 문의를 보낸 해외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AI 학습 목적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거나 비밀유지 조항을 내세워 최종 구매자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대량 매입 시도의 배후에 있는 실제 AI 기업의 공식 신원은 현재까지 특정되지 않았습니다.
헌책방에서 대형 서점 신간 유통망까지 번진 AI 데이터 수집 시도
이번 사건은 글로벌 AI 기업들의 한국어 학습 데이터 확보 시도가 기존의 중고 서적 시장을 넘어 신간 도서 공급망 전체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앞서 미국 애리조나주 소재 B사 등이 국내 대형 중고 서점인 예스24 중고서점과 서울책보고 등 공공·민간 헌책 유통망에 접근해 유사한 방식으로 대규모 서적 매입을 문의한 사실이 알려진 바 있습니다. 중고 유통망에서는 원하는 종수의 책을 1권씩 확보하는 데 물리적 한계가 따르자, 국내 최대 서점의 신간 도매 인프라를 활용해 한 번에 10만 종에 달하는 고품질 한국어 정제 텍스트를 쓸어 담으려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교보문고는 대량 주문 수락 시 발생할 잠재적 저작권 침해 분쟁과 국내 출판 생태계에 미칠 타격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거래 협의를 백지화했습니다. 서점 유통망을 통해 팔려 나간 책이 원작자의 동의 없이 무단 스캔되어 AI 모델의 가중치로 학습될 경우, 출판사와 저자가 입게 될 권리 침해를 막기 위한 방어적 결정입니다.
다만 이번 조치는 출판계와 유통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표준 거래 가이드라인이나 법적 규제가 아직 부재한 상태에서, 교보문고가 자체적인 저작권 보호 및 생태계 보호 필요성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내린 독자적 판단이라는 점도 함께 확인되었습니다.
일본 닛판·앤트로픽 선례와 국내 출판계 대응 움직임
해외 출판 시장에서도 AI 기업이 대형 도서 유통사를 통해 신간 도서를 대량 확보한 선례가 이미 확인된 바 있습니다.
일본의 대형 도서 유통사인 닛판(일본출판판매)이 미국 주요 AI 기업인 앤트로픽(Anthropic)에 일본어 신간 도서를 대량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현지 출판계와 작가들의 거센 반발을 샀습니다. 당시에도 유통사가 저작권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신간 실물 서적을 AI 학습 데이터 수집 목적의 기업에 판매하는 행위의 적법성을 두고 큰 논란이 촉발되었습니다.
국내 출판계 역시 이번 교보문고 사태를 계기로 본격적인 집단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 실태조사 추진: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대형 서점과 중고 도서 유통망을 겨냥한 해외 AI 데이터 수집 기업들의 접촉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 국제 연대 동참: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무단 AI 학습에 반대하는 글로벌 출판계의 목소리를 담은 '프랑크푸르트 호소문'에 공식 동참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대응책 마련을 촉구할 계획입니다.
저작권자의 사전 허락 없는 텍스트 무단 수집과 상업적 AI 파운데이션 모델 학습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조속히 마련되지 않을 경우, 유통망을 우회하는 AI 데이터 수집 시도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